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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언론의 "가해 발언" 보도는 2차 피해를 유발한다

날짜:2021-06-10 13:51:16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언론의 "가해 발언" 보도는 2차 피해를 유발한다

 

지난 531, 공군 내 성범죄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최초 보도와 이후 이어진 보도에서 알려진, 그가 군부대에서 겪었던 일들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다. 해당 군부대 내에서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만큼의 많은, 조직적 은폐와 2차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민적 분노를 일으킨 이 사건은 묻혀있던 공군 내 다른 성폭력 사건을 수면위로 올렸다.

 

사건 보도 과정에서 언론은 사건 관계자가 피해자에게 했던 부적절한 발언을 따옴표(“) 안에 직접 인용하고 있다. 실제 발언을 인용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 사건을 재차 떠올리게 하는 한편 독자에게 불필요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 2차 피해를 야기한다.

 

관계자들이 피해자들에게 했던 발언들은 듣고 읽기에 매우 불쾌한 내용이 담겨있다. 피해 사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에 감정을 이입하며 꺼낸 이야기나,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가볍게 축소시키는 식의 발언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많은 언론이 관계자의 말을 따옴표 안에 넣고 기사 제목으로 처리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군 인권센터에서 19비행단 불법촬영 사건의 조사 결과 기자회견에서 나온 수사계장 A, B 중위의 발언은 모두 따옴표로 처리되어 보도되었다. 심지어 한 언론사에서는 ‘~에 대해서 얘기가 나왔다와 같은 내용의 제보를 받은 경우에도 이를 발언으로 가공되어 보도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몰카 피해 여군 조사하면서 "차라리 나랑 놀지" 성희롱(21.06.09)

[국민일보] ‘불법 촬영피해자에 나랑 놀지 그래성희롱한 군경찰(21.06.09)

[서울신문] 불법촬영 피해자에 좋아해서 그랬나 보지”...조사 착수한 공군검찰 (21.06.09)

[MBC] "가해자가 좋아했나 봐"수사계장의 2차 가해(21.06.09)

[MBN] 공군 법무실, "피해자 예뻐?" 얼평에'시체팔이' 유족 비하 (21.06.08)

 

2차 가해자의 발언을 따옴표로 처리해 기사 제목으로 내보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중 하나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조회수를 높이기 위함이다. 수많은 언론사가 있고 비슷한 기사를 생산하는 상황에서 해당 언론사가 선택받기 위해, 피해자 보호 원칙은 내다 버린 것이다. 다른 하나는 흔히 말하는 기사제목을 빠르고 쉽게 뽑아내기 위함이다. 기사내용을 담은 핵심적인 제목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기자의 시간과 노력을 요한다. 가해자의 발언이나, 혐오발언을 기사제목으로 정하는 것은 쉽고 편한 선택이다. 기사 제목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성범죄 보도에서 가해자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은 여성, 언론단체에서 꾸준히 지적해왔다. 언론자율규정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을 살펴보면,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언론은 경쟁적인 취재나 보도 과정에서 피해자나 가족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또한 언론은 비정상적인 말과 행동을 지나치게 부각하여 공포심을 조장하고 혐오감을 주는 내용의 보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

 

언론의 자극적인 따옴표 저널리즘은 악의적이고 인권침해적인 댓글을 유발한다. 특히 성범죄 사건 기사 댓글창에는 가해자의 발언 및 가해를 옹호하거나,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등 폭력적인 댓글로 2차 피해가 이어진다. 사건과 무관한 인신공격은 물론 허위사실까지 난무하는 댓글창에 언론과 포털의 책임은 없는지 묻고 싶다. 포털과 언론은 악의적인 댓글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따옴표 저널리즘행태를 멈추고, 피해자 보호 원칙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