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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칼럼] 출입처제도 폐지, 시민들은 다양한 ‘우리의 뉴스’를 원한다 / 윤여진

날짜:2020-01-10 19:00: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출입처제도 폐지, 시민들은 다양한 우리의 뉴스를 원한다

 



윤여진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방송한 ‘4차산업 혁명과 관련한 다큐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휴대폰업체 노키아로 전 세계 매출 1위를 달리다가 스마트폰 등장으로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해 위기를 맞이했던 핀란드의 사례였다.

 


혁신적 미래와 우리의 권리를 담아야 할 언론

 

위기를 극복한 현재의 핀란드는 스타트업 기업 천국으로 첨단 기술과 마케팅, 그리고 디자인을 결합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젊은 청년들에게 기회로 연결되고 있었다. 핀란드의 변방에 위치한 대학이 주도하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핀란드 경제의 변화는 경영학과 공과대학 그리고 산업디자인학과의 융합을 통해 실제대학에서의 학업이 새로운 창업으로 발전하고 있었으며, 세계시장에서 쓰일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영상문화 콘텐츠를 통한 게임산업, AI시스템을 통한 온라인 쇼핑몰, 응용기술 혁신을 통한 로봇의 이용 등 4차 산업혁명이 젊은 청년들을 중심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방송을 통해 핀란드의 혁신이 가지고 온 새로운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며, 우리의 미래를 그려보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의 혁신은 어디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어디서 막혀 있는 것일까. 그리고 기존의 시스템을 대체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문제에 대해 핀란드 사회는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하며 넘어설 수 있었을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연스럽게 언론이 그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에 도달했다. 언론은 기술과 산업의 발전으로 사람의 고유한 권리마저 시장에 내어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혜를 모으며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 우리사회에서 가장 후진적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는 언론에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후진적인 출입처 제도

 

시민들의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포털을 기반으로 뉴스서비스를 제공받는 언론의 생태계는 베껴쓰기와 광고성 기사로 넘치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언론을 신뢰하지 않지만 포털뉴스창을 통해 언론보도와 정보를 얻는다는 사실마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비슷한 정보와 뉴스는 모든 매체를 통해 넘치도록 보고 있다. 군소 인터넷 매체 뿐 아니라 취재인력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는 다수의 메이저 언론사들도 비슷한 정보와 뉴스를 보도한다. 그 이유는 기자들의 출입처제도에 있다고 본다. 출입처에서 주는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비슷한 뉴스가 넘치게 보도되는 우리 언론의 시스템은 정말로 후진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지상파 뿐 아니라 종편의 메인 뉴스를 보면 순서마저도 비슷하게 보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기관의 홍보성 보도자료 뿐 아니라 아니라 경찰과 검찰, 법원의 사건사고도 비슷하게 보도한다. 우리나라 5천만 국민들에게 일어나는 사건사고의 내용이 모든 언론매체에 비슷하게 보도되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산업계, 연예계와 스포츠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보도자료를 만들어주는 곳이 출입처이고 그 내용이 그대로 보도된다. 사실확인의 원칙과 의무는 점점 희미해지고 시민들이 알아야 하는 내용이 아니라 알리고 싶은 내용으로 언론의 행세를 하는 매체가 너무 많다. 언론은 현재 공적인 영역이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홍보지의 역할에 머물고 있다.

 


다양한 의제설정, 변화에 맞는 시민적 권리가 확장될 수 있도록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언론보도로 가장 큰 홍역을 겪었던 KBS는 지난 11월 기자들에 대한 출입처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청 출입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등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고, 취재방식에 대한 원칙적인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KBS발표이후 연합뉴스와 방송사 등 메이저 언론사들이 동참하게 된다면 언론은 새로운 환경에 돌입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KBS이후 아직 출입처제도 폐지를 선언한 언론사는 없다. 한 토론회에서 어떤 중견기자는 매일 32면의 지면을 채우려면 출입처의 보도자료 없이 힘들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시민들이 들으면 정말 답답함을 금치 못할 것이다. 지면으로 신문을 보는 사람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같은 기사가 모든 매체에 비슷하게 나오고 있는데 32면을 채우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출입처를 감시하는 역할은 고사하고, 출입처의 보도자료로 지면을 메우는 매체가 다수일 것이다. 언론이 후진적 시스템에 머물러 있는데 어떻게 새로운 사회변화에 맞는 의제들을 기대할 수 있을까.

 

열심히 취재하고 언론인으로서의 소명의식으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하청노동자의 생존에 관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으며, 개발정책으로 인한 집값상승 등 주거문제를 발로 뛰며 보도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기자들이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보도자료, 출입처의 취재원을 중심으로 뉴스를 만들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핀란드의 새로운 변화가 우리에게도 일어나려면 언론을 무엇을 취재해야할까. 기술의 도입과 산업의 변화, 그리고 노동에 대한 새로운 해석, 기본소득에 대한 적극적 발언 등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부터 달라져야 한다.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고 우리가 함께 숙고해야 할 사회적 의제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시민적 권리가 침해되지 않고 확장할 수 있도록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