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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칼럼] 공공부문 노동에 대한 언론의 프레임 / 허찬행

날짜:2020-01-17 18:38: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공공부문 노동에 대한 언론의 프레임

 


허찬행청운대 겸임교수

 


우리나라는 공무원 공화국이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공무원은 포화상태고, 특히 지방은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고 인구 고령화로 규모가 축소되고 있지만 공무원만큼은 꼬박꼬박 늘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민센터나 읍사무소에서 빈둥대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여기까지는 한 보수 신문의 기획 연재 기사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는 불필요한 공공부문 노동 인력 증가로 국고를 낭비하고 있는 셈이니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해당 기획연재기사는 우선 사실이 아니다.공무원 공화국’, ‘포화상태’, ‘빈둥대는 공무원은 사실을 가장한 기자의 주관적 의견일 뿐이다. 저널리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중 하나는 사실과 의견의 명확한 분리다. 예를 들어 서울은 비가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서울은 날씨가 안 좋다는 의견이다. 비 오는 날씨를 좋다또는 안 좋다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해당 표현들은 기자의 주장일 뿐인데, 마치 사실인양 기사에 끼워 넣어 뉴스 이용자들에게 불필요한 공무원을 늘려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그릇된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다.

 


두 번째는 주장의 타당성이다. 해당 주장이 참이려면 제시된 근거가 타당해야 한다. 공무원이 포화상태공무원 공화국이라는 주장의 대전제는 인구가 감소했다는 것이다. 인구가 감소하면 그에 비례해서 공무원이 감소해야 하는 것일까. 다른 조건을 제외하고 인구감소로 당장 구독자가 줄었으니 기자도 줄여야 한다면 동의할 수 있을까. 기자가 생산한 기사를 기존에는 100명이 구독하다가 80명으로 줄었어도 기사를 생산하는 기자는 필수적이다. 특히 공공부문은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인구수 증감이 공공부문 노동 인력 증감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대전제가 오류이니 해당 주장이 참일 수 없다.

 


세 번째는 저널리즘 윤리에 어긋나는 취재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서는 취재과정에서 항상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며,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민원인 2시간새 0, 그 면사무소에 공무원 18이라는 113일자 기사에서는 기자가 오후2~3시 경 면사무소에서 2시간을 지켜봤다고 하는데, 시점이 지난해 말이다. 대체 지난해 말1231일인건지, 11월 언제쯤 인건지 알 수가 없다. 취재시점이 만일 1231일이나 금요일이라면, 다음날이 휴일인데 오후 2~3시에 정말 급박하지 않은 다음에야 민원서류를 떼러 면사무소에 올 이유가 없다. 또한 기사 어디에도 취재대상으로 왜 강원도 한 군의 면사무소를 선택했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이 없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취재대상인 강원도 한 군의 면단위 지역처럼, 지방의 농어촌이나 산촌의 주민들은 민원서비스가 필요하면 면사무소가 문을 여는 오전에 일찌감치 주로 방문하지, 오후 2~3시 경에 방문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현장에 있는 공무원이나 주민들에게 한 마디만 물어 봤어도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이다. 제대로 취재를 하려고 했으면 면사무소에 있는 직원 숫자나 방문 민원인 수만 셀 것이 아니라, 오전 오후 시간대 면사무소 내의 모습, 현장 민원 처리에 대한 동반 취재, 해당 관공서 공무원들의 업무 스케줄에 대한 확인 및 인터뷰가 이뤄졌어야 할 것이다. 해당 취재가 엉터리인 이유다.



물론 공공행정 부문에 대한 감시가 언론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지만, 공공부문에 대한 감시와 공공부문 노동에 대한 편견 조장은 구분되어야 한다. 민간부문이나 공공부문 모두 일하지 않는데 보수를 지급하는 경우는 없다. 공공부문 인력이 늘었다면 부문별 인력 증원의 필요성과 문제점에 대해 면밀히 취재해야지, 마치 일하지 않고 노는 인력을 늘리는 것처럼 기정사실화 하고, 공무원은 불필요한 인력인 것처럼 틀 지우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크게 하는 일이 없어도 직원 1명당 연 6천만 ~ 8천만 원이 들어가는강원도 한 군의 사례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구독자는 줄고 뉴스 신뢰도는 떨어지는 데 크게 하는 일이 없어도 월급을 주는언론사를 걱정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