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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칼럼] 언론, 치료제가 될 것인가? 바이러스가 될 것인가? / 김하정

날짜:2020-02-10 00:30:00 | 글쓴이:언론인권센터


언론, 치료제가 될 것인가? 바이러스가 될 것인가?

 

 

김하정 언론인권센터 사무차장

 

지잉~’ 피부로 느껴지는 진동소리에 휴대폰 화면을 힐끔 바라본다. 역시신종코로나바이러스소식이다. 여러 언론사앱의 알림을 켜놓은 탓에 하루에도 수많은 알림이 뜬다. 최근에는 그 알림의 대부분이신종코로나바이러스소식으로 뒤덮여있다. 저녁 메인뉴스를 봐도 마찬가지다. 체감상으로는 뉴스의 6~7할 이상이 신종코로나를 비롯하여 그로부터 파생된 소식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모든 세상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실제 내가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자주 씻는 것 밖에 없는 것에 반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기사를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무기력감, 불안감, 괴리감, 나는 아닐 거라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뒤섞여 올라온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얼마 되지 않아 함께 확산된 것은 다름 아닌 혐오바이러스였다. ‘중국인 입국금지를 내용으로 한 청와대 국민청원과 식당 앞에 붙여진 중국인 출입금지안내문은 이러한 상황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최대 확산 및 피해지역을 방문한 이력이 있는 외국인을 한시적 입국 금지하는 것과 모든 중국인을 입국 금지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이다. 중국에 방문하지 않고 계속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을 상대로 식당 출입을 거절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 일일까. 중국인에 대한 혐오바이러스가 무방비로 퍼져나가고 있다.

 

불안감과 공포감으로 인해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잃어버리곤 한다. 인간의 이성이 무너지는 순간, 결국 자신의 바닥을 드러낸다. 그리고 사회적 위치의 격식을 차리느라 단단히 매어두었던 혐오·차별의 보따리를 기어코 풀어낸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서양에서는 동양인에 대한 조롱과 차별이 논란이 되었다. 축구선수 손흥민이 인터뷰 중 마른기침을 한 것을 본 해외네티즌들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연결시켜 손흥민을 조롱하는 댓글과 사진을 올렸고, 이탈리아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음악학교는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의 수업 참석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한 야당의 대표가 외국인 관광객의 마스크 구매에 개수제한을 두자는 주장을 했고, 배달앱 노조는 중국인 밀집지역 배달금지를 본사에 요구했다. 서양에서의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한국에서의 중국인에 대한 차별은 별반 다르지 않다.

 

다행히 시민사회에서는 이러한 혐오와 차별에 대항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언론에서도 중국인혐오를 우려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비판하는 취지의 보도를 종종 내보내고 있지만 크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전염병 확산소식에 곧바로 뒤따라 나오는 대림동르포는 긍정적인 내용으로 쓰여질리 만무했다. WHO와 정부에서 지역혐오를 우려하여 우한폐렴보다 코로나바이러스용어 사용을 권고했지만, 지금까지도 우한폐렴용어를 고집스럽게 사용하는 언론사를 다수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문제되는 것은 언론이 나서서 공포감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의 첫머리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비정상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기사의 양은 우리로 하여금 무의식적으로 신경을 곤두서게 한다. 지금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오직 신종코로나바이러스밖에 없는 듯 착각을 일으킨다. 더 가관인 것은 헤드라인 기사 제목이다.

 

우한폐렴 공포유령도시된 서울

교회·회사·아파트어디서 옮을지 모른다

유학생 7만명대거 입국 앞두고 대학가 우한폐렴 초비상

대림동 신종코로나 의심증상 30대 중국인 남성 '음성'”

대림동 차이나타운 가보니... 가래침 뱉고, 마스크 미착용 '위생불량 심각'”

 

공포, 유령, 초비상 등 사실을 더 과장하고 심각하게 만드는 부적절한 용어의 사용과 불필요한 지역명사용, 지역혐오를 부추기는 기사는 지금 이 위기상황을 이겨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론을 형성하는 데 있어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올바른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필요로 할 뿐 아니라, 기사의 의도와 맥락에 영향을 받는다. 지금은 언론의 영향력만큼이나 책임감을 요하는 시기이다.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것은 가난과 질병이지, 가난한 사람과 병든 사람이 아닙니다.” 최근 SNS상에 유독 많이 보이는 문구이다. 위기를 이겨내는 것은 혐오와 차별이 아닌 화합과 연대이다. 이는 시민사회에게만 요구되는 역할이 아니다. 언론 또한 이 같은 역할에 책임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